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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커 유튜브 페이지 캡처
유튜브에 첫 영상을 올린 건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지금까지 10개의 영상을 올렸는데 영상당 평균 조회수가 247만을 넘는다. 채널 개설 넉 달 만에 구독자 28만 명을 돌파했다. 스톱모션 유튜버 ‘클리커’ 얘기다. 시작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클리커는 영상을 공부한 지 한 달 만에 유튜브를 시작한 초보 유튜버다. 지난 1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첫 영상은 ‘음악 시험을 망친 학생의 요리’라는 제목의 스톱모션 영상이다. 스톱모션이란 움직이지 않는 사물의 위치를 조금씩 옮겨가며 한 컷씩 촬영한 뒤 그 이미지들을 연결해 마치 무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애니메이션 장르다. 이 영상은 793만 번 이상 재생됐고 댓글도 ‘가히 스톱모션의 황제, 왕이라 칭할 만하다’ ‘영상이 아니라 예술이다’ ‘한국에 이런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등 극찬 일색이다.
클리커는 원래 영상을 만들어 본 적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3년 정도 회사를 다니다 그만 두고 칠레 산티아고로 여행을 떠났다. 몇날며칠 순례길을 걸으며 고민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까’ 원래 하고 싶은 게 많았던 클리커는 여행을 하며 생각을 이렇게 정리했다. ‘그래! 딱 세 가지만 정말 치열하게 도전해 보자!’
세 가지 도전 과제는 웹툰, 이모티콘 출시, 그리고 유튜브였다. 웹툰은 그리다보니 내 길이 아니란 걸 깨달았고, 이모티콘은 카카오에 제출했지만 심사에서 탈락했다. 마지막으로 도전한 게 유튜브다. 지난해 10월부터 독학으로 영상을 공부해 한 달 여 만에 첫 영상을 올렸다. 처음엔 조회수가 1000회만 넘어도 신기해서 부모님께 자랑했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채널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그야말로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상을 한 달 공부한 유튜버가 이런 성과를 거뒀다고 하면 천재 소리를 듣기 쉽지만, 클리커는 노력파다. 거의 매일 12시간 이상을 영상 제작에 쏟는다. 영상 하나 만드는데 2주 정도 걸리니까 영상 하나당 적어도 160시간 이상은 걸리는 셈이다. 최근 올린 ‘반 고흐의 저녁 식사’ 영상은 바닥과 벽에 종이를 깔고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작업했다. 이 작품은 영화 ‘러빙빈센트’를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했는데 영상 초반엔 실제 사람 손이 나오다가 뒷부분에 손이 그림으로 표현된다. 여기에도 다 의도가 있다. “제가 영상 편집을 하면서 고흐의 그림에 동화되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사람이 너무 빠지면 이렇게 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죠.”
클리커 영산 '반 고흐의 저녁 식사' 중 손이 그림으로 표현된 장면
영상에 ‘클릭, 클릭’ 하는 효과음이 많아서 채널명이 ‘클리커’인데, 이 이름엔 ‘호객하는 사람’이란 뜻도 담겨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 이름으로 정했다고 했다. 클리커는 채널에 영향력이 생긴 만큼 앞으로 영상을 통해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의 아프리카 소녀를 위한 캠페인 ‘베이직포걸스(basic for girls)’를 알리는 영상을 제작했고 제작비 500만원 정도를 월드비전에 후원했다. 자세한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 ‘취재대행소 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4442685